친구 한 명이 두번이나 봤을 정도로 재밌다고 했던 데다가 75회 칸영화제(감독상)을 받았다는 소리를 듣고나니 안 볼 수가 없었다.
처음 봤을 때는 음 오.. 치정이군 -> 오 진짜 화면을 예쁘게 구성하네 -> 응????!?? 왜 죽지?
이런 서순으로 느껴졌다. 딱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아 진짜 이건 사람들이 해석한 거 읽는게 본판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줄거리부터 서술하겠다.
등장인물/줄거리
1부
주인공인 장해준은 부산서부경찰서 강력팀장이다. 계급은 경감으로 최연소 경감이라고 할 정도로 능력이 좋은 인물이고 일밖에 모르는 FM 적인 사람이라는 딱딱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다.
송서래라는 캐릭터는 기도수라고 실족사로 사망한 남자의 아내이자 사건의 피의자로 나온다. 중국인으로 한국어를 구사함에 있어서 특이함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다. 문어체를 많이 쓴다거나 사극느낌의 말투를 쓴다거나 하는 정도이다. 상당한 미모를 가지고 있는 여성으로 나오며 탕웨이잖아.. 중국에서 간호관련 일을 했던 것으로 나온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둘은 취조하면서 썸을 타기 시작한다.
내가 느끼기에는 엄청난 문과감성 500%인 사람들끼리 대화하면서 서로가 서로의 소울메이트임을 알아가는 것 같았다.
장해준의 아내로 나오는 캐릭터는 시작부터 '내가 이과라서~'의 느낌이 드는 말을 많이 한다. 효율, 확률을 중시하는 똑부러진 언행이 트레이드 마크인 듯 싶었다. 오히려 내가 이과라서 그런지 흠... 그런 거랑 이과인거랑 상관없는데... 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주인공 아내가 일하는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을 보고 아... 이런 곳에서 일하면 진짜 이과 부심있을만 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 정안은 처음에는 해준이 탕웨이랑 불륜을 하니 안타까운 맘이 들다가도 해준을 그리 사랑하지 않는 모습에 슬슬 마음이 흔들렸다가 해준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고 해준을 의심하는 모습, 마찬가지로 불륜을 하는 모습을 보고 (나무위키에서는 불륜까지는 아니라고 하지만 영화를 볼 때는 이주임이 남자라는 것을 깨닫고 아 이거 불륜이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게다가 자라(작중 남자한테 좋다고 나옴) 랑 석류(작중 여자한테 좋다고 나옴) 들고 가잖아) 음... 혼자서도 본인 이득을 잘 취하는 여성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둘은 안 보이는 썸을 타게 되고 해준은 서래의 집 앞에서 잠복근무를 한다. 해준은 서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면서 나름의 사심을 채워간다. 평소 불면증이 있는 해준이 서래의 집앞에서 꿀잠을 자기도 한다. 결국 무의식적인지 의식적인지 무조건적으로 서래를 용의선상에 벗어나게 하도록 노력한다. 결국 장기수 사건의 자살로 처리가 되고 둘은 본격적으로 데이트를 한다.
그러던 중 장해준이 놀라운 사실을 알아차리고 만다.
장기수 살인사건의 전말을 다른 방향으로 해석을 하게 된 것이다.
서래 대신 서래가 월요일에 간병해 드리는 할머니 집에 가서 할머니를 돌봐주게 된다. 그러던 중 할머니와 서래의 핸드폰 기종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할머니 폰에 설치되어 있는 계단 오르기 앱에서 기도수가 사망한 날에서 138층이 기록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할머니가 치매가 있으셔서 서래가 오는 날은 무조건 월요일로 생각하시는 것을 알아냈다. 실제로 기도수를 죽이려면 가야하는 루트를 간 결과 138층의 걸음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서래가 할머니의 폰을 바꿔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러나 이미 서래가 증거를 모두 없앤 상황이었다.
경찰이라는 직업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결국 서래를 놓아주게된다. 이때 증거물인 폰을 바다에 던지라고 하며 자신이 '붕괴'되었다고 말을 하고 서래를 떠난다. 서래는 붕괴의 뜻인 '무너지고 깨어졌다'를 검색하고 눈물을 흘린다.
2부
불면증과 무기력함에 더욱더 시달리는 장해준은 아내의 직장이 있는 경상북도 이포군으로 이사를 오게된다.
그러던 중 두번째 남편과 함께 있는 서래부부와 함께 마주치게 된다. (이때 아내도 옆에 있다.)
서래 또한 이포로 이사왔다고 한다.
얼마 안 가 놀랍게도 이 남편은 살해당하게 된다. 이번에 장해준은 화를 내면서 서래를 의심한다. 모든 정황이 서래가 아님을 가르키고 있음에도 말이다. 결국 살인범은 다른 사람으로 밝혀진다.
살인범은 사칠성이라는 인물인데, 임호신(서래 두번째 남편)에게 투자금을 뜯긴 사람이었다.
그러나 임호신은 죽기 전에 해준의 아내에게 전화를 했었고 아내는 해준과 서래가 짜고 임호신을 죽인 것이 아니냐며 의심을 한다. 그리고 해준은 서래와 통화를 한 후 눈이 오는 호미산에서 만나게 된다.
눈 오는 산에서 해준은 고소공포증이 있는 서래 대신 서래의 외조부와 어머니의 유골을 뿌려준다. 절벽에 있는 해준을 서래를 껴안고 버리라고 했던 핸드폰을 주며 재수사하여 붕괴이전으로 되돌아가라고 말한다. 그리고 서래와 해준은 키스를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해준은 자라와 석류를 들고 이 주임과 어디론가 나가는 쌀쌀맞은 정안을 만난다.
그리고 해준은 서래가 버린 휴대폰 복구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임호신과 결혼생활 당시 가지고 있던 건데 서래가 임호신 수사 전에 바다로 던졌다. 버리라는 건 안버리고 버리라고 한 적 없는 건 버린 서래) 거기에는 해준이 서래에게 사랑한다고 한 말이 녹음되어있었다. ('사랑한다'라는 것은 아니었고 자신이 붕괴되었다고 휴대폰은 버리라고 한 부분) 그것을 남편이 듣고 해준의 아내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자 사칠성의 어머니를 찾아가 죽인 것이다. 사칠성은 어머니가 죽이면 임호신을 죽이겠다고 벼르고 있었기에 임호신을 죽인 것이고 말이다.
서래는 어딘가 바다로 향하고 해준도 gps를 보고 서래를 찾아간다. (gps는 사칠성이 임호신 죽이려고 서래폰에 깔아놓은 것 재활용) 서래는 당신이 사랑을 말한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난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라고 중국어로 말한 후 바다에서 건진 폰은 더 깊은 바다에 버리라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는다.
서래는 스스로 영원히 미결 사건이 되기 위해 모래구덩이를 파고 술을 마시면서 밀물이 올 때까지 기다려 자살을 한다.
해준은 뒤늦게 바닷가로 와서 서래를 찾는다. 해준은 서래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면서 영화는 끝난다.
해석
각 인물이 상징하는 것
난 몰랐는데 장해준이 산을 송서래가 바다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글을 많이 봤다.
확실히 산과 바다라는 요소가 극 중 중요 요소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1부는 산에서의 살인 사건이, 2부는 바닷가에서, 수영장이 있는 집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장해준은 올곧고 꼿꼿한 산을 송서래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 바다를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사랑은 상대에게 나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때 생긴다고 했던가.
해준은 서래에게 꼿꼿함을 보고 사랑에 빠지고 서래는 해준이 붕괴되었다고 말했을 때 해준이 자신으로 인하여 큰 변화를 맞이하였음을 알아차렸을 때 사랑에 빠졌다. 더욱이 서로는 산과 바다의 모습을 적절히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해준이 서래의 옷색깔을 계속 헷갈려했던 것, 내가 서래의 벽지가 산인지 바다인지 계속 헷갈려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명확하면서도 모호하다. 둘의 묘한 감정선도 명확하면서도 모호하고 서래가 정말 몇 번의 살해를 했는지도 명확하면서 모호하다.
극은 바다에서 서래가 자살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장해준의 완전한 미결 사건이 되기 위해서 이다. 장해준이 앞으로 혹여나 똑같이 자살을 선택한다면 서래의 산에서 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래가 그걸 바랄지는 모르겠다.
눈, 안개가 의미하는 것
안개는 시야를 방해하고 눈은 앞을 보아야한다.
극 중 지속적으로 눈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을 보게된다. 시체의 눈, 장해준의 눈. 그리고 장해준은 계속해서 안약을 넣는다. 마치 조금이라도 더 잘보려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곳은 이포이다. 이포는 안개가 잘 끼는 지역이다. 해준은 언제나 명확하게 보기를 원하지만 시체의 눈에 뿌연 안개가 낀 것 처럼 상황을 명확히 보는데 항상 애를 먹는다. 첫번째 살인 때는 상황을 명확히 보지 못하여 서래를 명확히 수사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고, 두번째 살해에는 이미 명확한 다른 용의자가 있는 데에도 계속해서 서래를 의심하였다. 항상 매순간이 모호했다. 모호함 속에서 확실한 것을 알아냈다고 생각해도 그 것은 틀린 것이기도 했고 애초에 질문이 틀리기도 했다.
눈과 안개는 해준의 의지와 상황을 각각 잘 표현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감상평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스토커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영화도 많은 기대를 가지고 봤다. 전작들에 비해서 내 취향이냐고 말하면 그것은 아니다. 그러나 잘 만든 영화이다. 직접 보는게 더 나아 딱히 언급은 안했지만 확실히 화면 구도나 연출이 마치 영화보다는 공연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였다.
인물 간의 애매한 감정선을 표현한 부분도 무척 탁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2회차로 보면 다른 시각으로 영화를 보게 되는 류의 영화인 것 같다.
오락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에게는 추천하지는 않을 것이고 평소 영화를 좀 좋아하거나 열린결말이나 해석이 필요한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에게는 추천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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